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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핸들링(2)


이글은 [TRPG] 바바 히데카즈의 마스터링 강좌 - 제3장 세션 핸들링(1)에서 이어지는 글이며, 해당 내용이 길어서 분할하여 연재 합니다. 저작권 부분은 [TRPG] 바바 히데카즈의 마스터링 강좌 서문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멀티 스테이지 처리(4)

이번에는 멀티 스테이지 처리에 의한 판정결과의 컨트롤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오락작품의 대부분에는 주인공이 [위기일발에서 살아난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독자/관객은 주인공을 걱정하며 가슴 두근두근, 손에 땀을 쥐게 됩니다.

위기일발 장면은 대단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RPG에서도, 그러한 장면을 재현하여 플레이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게임마스터는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러한 위기일발 장면을 RPG에서 어떻게 재현하면 좋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 생각해봅시다.


RPG에서 위기일발 장면을 재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실패하면 PC가 죽을 정도의, 그것도 실패의 확률이 상당히 있는 판정에 도전하여 성공한다는 것이 될 것입니다.

플레이어가 [아아, 위험했다 주사위의 눈이(예를 들면) 2만 적었더라도, 나의 PC는 죽었을 거야]하고 가슴을 쓸어 내린다면, 앞서 서술한 두근두근하는 위기일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 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라면 주인공을 구해내는 것이 간단하지만, RPG에 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아까의 예에서, 만일 정말로 주사위의 눈이 2 적게 나오면 PC는 죽어버리고, 위기일발 운운할 수준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위기일발을 [안전하게]처리할 수 있을까요.


바바 히데카즈의 마스터링 강좌 제3장 세션핸들링2 표지


쉽게 생각나는 것은 주사위를 숨겨서 굴리고, 나온 눈에 상관없이 [오오, 아슬아슬하게 판정에 성공했어]라고 플레이어에게 말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말을 듣는다고 본심으로 믿는 순박한 플레이어를 만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그야말로 위에서 설명한대로의 행동을 게임마스터가 했다고 생각할 따름이겠지요. 이래서는 위기일발의 재현이 되지 못합니다.


더욱 곤란하게도, 이런 수법을 사용하려고 하면 평소부터 주사위를 숨겨서 굴려야 하게 됩니다.

평소는 오픈 다이스로 굴리는데 위기일발에서만 숨겨서 굴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위기일발을 재현하기 위하여 [히로 포인트]에 상당하는 룰을 쓰는 RPG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히로 포인트를 소모하면 실패한 판정결과를 성공으로 바꾸는 조작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 룰을 적용하면 장면으로서는 위기일발이 되겠지만, 플레이어를 흥분시킨다는 의미에서의 위기일발을 재현한 것은 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플레이어는 [실패하면 히로 포인트를 사용해서 성공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기일발 장면을 안전하게 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로는 판정은 거의 반드시 성공하게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판정에 실패해서 PC가 죽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심으로 믿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지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다시 자동차 추격신을 예로 들어 설명해 봅시다. 추격 중에 PC가 운전하는 차량에 장면으로 트럭이 돌진해오는 장면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GM: 정면에서 트럭이 돌진해온다! 너의 PC가 그것을 미리 눈치챌 수 있는지 시각력 체크를 해봐

플레이어:(주사위 데굴데굴) 성공했어요.

GM: 아슬아슬하게 알아채고서, 정면충돌을 회피했군.

이것으로 위기일발 장면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만일 판정에 실패했더라면 정면충돌이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일 판정에 실패했다면, 게임 마스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다름의 처리를 하는 것입 니다.


플레이어:(주사위 데굴데굴) 실패했는데요.

G M: 바로 앞에 올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군. 자, 이젠 핸들을 꺾어서 피할 수밖에 없겠어, 운전기능 체크해봐.

플레이어:(주사위 데굴데굴) 성공이에요.

G M: 오오 급히 핸들을 꺾어서 겨우 충돌을 피했는데.

이것도 또한 위기일발 장면이 됩니다.

만일 운전기능의 판정에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플레이어:(주사위 데굴데굴) 운전기능 체크에 실패했어요.

GM: 음, 그러면 트럭 운전사의 지각력 체크를 해보지. 내가 굴려도 좋겠지만, 원한이 남아도 뭣하니까, 네가 굴려 보도록

플레이어:(주사위 데굴데굴) 성공했어요

GM: 너의 차를 알아챈 트럭운전사는 서둘러 핸들을 꺾어서 정면충돌을 피하고 [이 멍청아, 어딜 보고 다니는 거냐!]하고 욕을 퍼부으면서 스쳐 가는구먼.

혹시 여기서도 지각력 체크에 실패하면 다음은 트럭 운전사의 운전기능 판정입니다.


이제 아셨겠지만, 요는 성공할 때까지 멀티 스테이지 처리를 계속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성공하면 [아슬아슬하게 살아났다]고 단언하는 거죠.

생각해봅시다. 1회의 판정에 있어서, 만약 확률이 5대5라고 쳐도 판정을 네 번이나 해서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살아나는 것이라면 성공률은 94% 가까이 올라갑니다. 거의 성공한다고 해도 좋겠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게임 마스터가 [위험했구먼, 지금의 판정에 실패했더라면 죽었을 거야.

어쩌고 하면, 플레이어의 뇌리에는 마지막으로 행한(그리고 성공한) 판정만이 남아서, [승패가 5대5인 도박에 목숨을 걸었다]는 인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최초의 판정에 성공했을 때는,[판정에 실패했더라면 죽었을 것이다]는 인상을 심어줄 찬스입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위기를 뛰어넘은 PC를 칭찬해 주세요.


이 수법은 환타지 RPG에 등장하는 트랩(함정) 장면에도 써먹을 수 있습니다. PC들의 파티가 트랩이 장치되어 있는 장소를 지나간다고 합시다.

우선 선두의 PC를 지정해서


-갑자기 너의 발밑이 무너졌다. 함정이다! 민첩도로 판정해보도록 하고 말합니다.

판정에 성공하면


-오오, 아슬아슬하게 뛰어오를 수 있었군, 함정 밑을 들여다보니 날카로운 검이 칼날을 위로하고 수도 없이 꽂혀있고, 거기에 꿰어져 있는 백골이 여럿 보이는데 그래, 뛰어오르지 못 했다면 너도 지금쯤 저 신세로 변했겠지

이렇게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선두의 PC가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지려고 한다. 자, 뒤에 있는 너, 민첩도 판정에 성공하면 재빨리 손을 뻗어 잡아줄 수 있어.

이런 식입니다. 누군가가 성공할 떄까지 순서대로 판정을 거듭하는 거지요.


이 수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은 세션의 클라이맥스일 것입니다.


적의 수령을 쓰러뜨렸더니 비밀기지가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또는 사악한 마법사를 쓰러뜨렸더니 신전이 붕괴를 일으켰다. 자, PC들은 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깔려 죽어서야 말이 안되니까, 어떻게든 성공시켰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판정 없이 [여러분은 간신히 탈출했군요]라고 해서야 맛이 안납니다. 그러므로 멀티 스테이지 처리에 의한 승패의 컨트롤을 하는 것입니다. 차례로 이유를 붙여서 성공할 때까지 판정을 거듭하는 거지요


같은 방식으로 반드시 실패 시킬 수도 있습니다. 실패할 때까지 멀티 스테이지 처리를 계속 해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거의 성공까지 갔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판정의 승패를 플레이어에게 눈치 채이지 않도록 게임마스터가 컨트롤하는 것이(하려고만 하면)가능합니다.


단, 이것은 사기술의 일종이므로 결코 남용하지 마십시오. 하나의 세션에서 한번 내지 두 번까지가 한계일 것입니다. 그 이상 이 수법을 사용하는 것은 확실히 지나친 것입니다. 플레이어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겠죠.


주사위 롤 (1)

이번부터 주사위 롤(주사위를 굴려 승패 판정을 하는 것)에 관한 테크닉을 해설합니다. 우선 주사위의 [헛굴리기]에 대해서,


헛굴리기라는 것은 주사위의 눈에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고, 그저 주사위를 굴린다는 행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행하는 주사위 롤을 말합니다.

익숙하지 못한 게임 마스터는 이렇게 말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아무래도 좋다면 왜 일부러 주사위를 굴리는 걸까요?

그것은 다음과 같은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1. 플레이어에 대해 심리적인 압박감을 가하는 경우

예를 들면 PC들이 추적자에게 쫓기고 있다고 칩시다.

장면으로는 [언제 추적자에게 들킬지 알 수 없는 긴박한 도피행]이라야 하는데, 플레이어들은 이제부터 어찌할지에 대해 이것도 아니네, 저것도 안되네 하고 천하 태평하게 논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내러벼두면 잡담으로 흘러가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이건 심리적으로 압박을 좀 해야 되겠습니다.


이때에 게임 마스터는 생각났다는 듯이 주사위를 굴리고, 손에 든 종이를 보고는 [현재로서 는 별다른 추적자의 모습은 안 보이는 것 같군]이라든지, [근처의 풀 더미에서 뭔가 소리가 났는데, 보아하니 무언가 동물이었던 것 같아] 등등이라고 선언합니다. 이것을 1분마다 하는 것입니다.


만일 플레이어가 그 행동에 대해 질문해도 게임마스터는 싱긋이 웃을 뿐이고 아무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혹은 [신경 안 써도 돼]하고 슬쩍 피합니다.


실은 게임마스터가 손에 들고 있는 종이에 랜덤 조우표가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주사위의 숫자에 따라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주사위의 숫자에는 아무런 중요성이 없는 [헛굴림]인 것입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허풍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진짜로 추적자(혹은 원더링 몬스터,강도, 경찰등 웬만하면 안 만났으면 좋을 존재)와의 조우판정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하고 의심에 사로잡힐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는 플레이어에게도 최소한 [꾸물거리고 있다간 추적자 에게 들킨다]라는 메시지가 전해질 것입니다.(그래도 플레이어들이 움직이려 들지 않거든 다 음번에 주사위를 굴리고 나서 종이를 보고는 [추적자다!]하고 외쳐버립시다.)


같은 수법은 [야간에 빌딩에 불법 침입했는데, 언제 경비원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장면에서 도 쓸수 있습니다. 가끔 주사위를 헛굴리고 나서[지금으로서는 경비원이 다가오는 기척은 없군] 하고 말해주는 겁니다.


혹은 PC가 특정한 인물 (A씨라고 합시다.)로 변장해서 파티장에 섞여들어가 정보수집을 하 고 있다고치고, 긴박감이 필요하다 싶으면 가끔 주사위를 헛굴리고 [현재로서는 A씨를 잘 아는 사람과는 만나지 않았다]고라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죠.

플레이어에 대해서 [멍청하게 있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거야]라는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주사위 헛굴림을 시도해 보십시오. 플레이어도 게임마스터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알아 줄 겁니다.


2. 장기간의 단조로운 작업을 간접 체험시킬 경우

PC들이 체포당해 감옥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장면을 생각해봅시다. 물론 죽을 때까지 감옥에 집어 넣어서야 이야기가 안되니까, 적당한 타이밍에서 탈옥의 기회가 찿아 오는 거지요.

여기서 [여러분은 꽤 오랜 기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라고 설명해도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무런 실감도 나지 않겠지요. 그러니까 탈옥할 기회를 발견해도 그리 기쁨을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아, 올게 왔구먼]하고 생각할 뿐일지도 모르죠


그때에, 플레이어에게 주사위를 몇 개쯤 쥐어주고 굴리도록 지시합니다.

이때 그럴듯하게 [하루에 한번, 탈옥할 기회를 찿았는지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주사위를 굴리도록 하지. 주사위의 숫자가 어떤 조건을 만족하면 OK지만 그 조건은 비밀이야. 자, 열심히들 굴려보시게] 하고 설명하는 것이죠.


실은 이건 헛굴림입니다. 주사위의 숫자가 뭐든지 간에 게임 마스터는 [유감이지만 아직 기회를 찿지 못했는데. 자, 하루 경과했다. 다시 한번 해 보도록]하고 말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주사위를 헛굴림 시킵니다. 그러다 보면 플레이어들은 지겨워하게 될 것입니다.(주사위를 계속 굴려대고 있는 플레이어는 특히)그래도 게임마스터는 무자비하게 [아직도 감옥생활은 계속이야]하며 주사위를 굴리도록 요구합니다.


이제 적당한 타이밍에서 [오, 탈옥할 기회가 생겼군, 신참 죄수가 여러분에게 이런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하고 말을 꺼내면 플레이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쉴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감옥생활의 괴로움, 단조로움을 간접 체험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탈옥할 기회를 발견한 기쁨을 실감할 수가 있는 거지요


등산을 생각해봅시다. 위험한 등산이 아니고, 무거운 짐을 지고 그저 산길을 올라가는 장면 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주사위를 몇 번이고 굴리게 하십시오. 그리고 주사위의 숫자를 보고는 [하늘 에 구름이 끼었다.],[멀리서 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근처의 관목 그늘에서 작은 동물이 얼굴을 내밀었다],[별달리 아무것도 없다]등 이벤트를(마치 주사위의 숫자와 관계 있다는 듯 이) 설명합니다. 이것을 플레이어가 지긋지긋해 할 때까지 계속하는 것입니다.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이 산을 넘는 편이 지름길이야] 어쩌고 하는 플레이어가 있는 법인 데 이러한 플레이어에게는 반드시 산을 넘는 고생을 간접 체험시켜 주십시오. 단조롭게 주사위를 굴리는 작업을 3분만 반복하고 있으면, 이제 두 번 다시 등산을 사양하겠다고 생각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외에도 터널을 파는 장면, 거대한 장치를 조립하는 장면등, 단조롭고 길게 이어지는(그것 도 실패의 위험이 없는)작업을 간접 체험시키고 싶을 경우에는 이 수법을 쓰면 좋을 겁니다.


3. 시간 벌기

게임 마스터를 오래 하고 있으면, 누구나가 [세션 도중에, 필사적으로 다음 전개를 생각해야 한다]는 악몽같은 사태를 경험할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확실히 만들어두면 이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아야 할텐데, 왠지 제 아무리 준비를 해도 무언가 예상외의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런 때 초조해져서는 안됩니다. 플레이어에게 불안을 주는 언동도 금물입니다. 침착하게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시간 벌이는 주사위를 굴리는 것입니다. 그 숫자를 확인하면서, 열심히 시나리오를 보고 무언가를 조사하는 척을 하세요. 물론, 그 틈에 다음 전개를 생각하는 겁니다.


주사위 롤(2)

이번에는 목표치의 결정에 관련되는 테크닉을 설명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RPG에 있어서의 승패판정은 [게임마스터가 목표치(난이도)를 지정하고, 플레이 어가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숫자와 목표치를 비교해서 승패가 결정 난다]는 식의 룰입니다.

그리고 전투나 마법 등 일부의 행동을 제외하면, 목표치(난이도)에 대해서는 게임 마스터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수치를 임의로 정해도 좋은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목표치를 게임마스터가 완전히 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한선 혹은 하한선만을 주고서 정확한 목표치는 플레이어에게 결정하게 한다는 테크닉이 있습니다.여기에 대해 소개하지요


실은 이전에 자동차 추격을 예로 들었을 때 이미 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PC가 [운전]기능으로 판정할 때에, 게임 마스터는 난이도의 하한선만을 지정해주고, 실제의 난이도는 플레이어에게 선택하게 했지요. 그것입니다.

난이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실패율도 올라가지만, 성공했을 때의 차간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었지요. 이것을 일반화 해봅시다.


이제부터는 설명을 위해서 2D6의 상방롤(6면체 주사위를 2개 굴려서 숫자의 합계가 목표치 이상이면 성공)의 시스템을 상정하겠습니다. 또한 [능력이나 기능에 의한 수정을 고려한 후, 최종적으로 주사위 롤의 숫자가 몇 이상이면 성공인가]라는 수치를 [목표치]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그러면, 무언가를 판정할 때에 게임마스터는 목표치의 하한선만으로 지정하고, 목표치에 의한 효과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목표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가가 커지도록 하십시오. 실제의 난이도는 그러한 정보를 주고서 플레이어에게 결정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C가 무언가를 살 때에 점원과 교섭한다(값을 깎는다)고 칩시다. 게임 마스터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제시합니다.


- 목표치의 하한선은 7이고, 여기에 성공하면 1할 깎을 수 있게 된다.

- 목표치를 하나 상승시킬 때마다 1할씩 깎을 수 있다. 만일 목표치를 9로 잡는다면 30%할 인해서 구입할 수 있다.

- 목표치에 상관없이 판정에 실패하면 교섭은 실패이고, 정가로 구입해야 한다.(혹은 구입하지 못한다.)


PC와 NPC가 스포츠/게임/예술/문학/요리(hi) 등의 분야에서 NPC와 경쟁한다고 합시다.

게임마스터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줍니다.


- 목표치의 하한선은 7이고 이것에 성공하면 표준적인 기술발휘에 성공한 것이 된다.

- 목표치를 상승시키면 시킬수록 어렵고 고도의 기술에 도전한 것이 된다. 목표치를 하나 상승시킬 때마다 NPC의 목표치(물론 능력이나 기능에 따라 PC와는 다른 수치가 된다.)에도 +1의 수정이 붙는다.

-PC와 NPC, 어느 한쪽만이 성공하면 그쪽이 승자이다. 승부가 날 때까지 몇 번이고(목표치의 선택을 포함해서)대결을 거듭한다.


PC가 시한폭탄의 해체에 도전합니다. 게임마스터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줍니다.


- 목표치의 하한선은 4이고 이 판정에 5회 도전한다. 다섯 번 다 성공하면 시한폭탄은 해체 된 것이지만,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쾅! 이다.

- 목표치를 하나 상승시킬 때마다 판정회수를 1회 줄일 수 있다. 물론 판정은 1회 이상 해야만 한다.


쉽게 말해서 성공률을 낮출 때마다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커지도록 조정하는 것입니다.

위의 예에서는 각각 [가격],[적에 대한 패널티],[판정회수]라는 메리트를 조정한 게 되지요.

그 외에도 [소요시간],[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개수(사람수)],[다음 판정에 대해 유리한 수정], [동료(다른 PC)에 대한 판정의 생략]등 조정할 수 있는 메리트는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1종류의 메리트의 양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종류의 메리트가 추가되어 간다는 방식도 재미있겠지요. [목표치를 1 늘리면 소요시간이 절반이 되고, 2 높이면 거기에 효과가 1.5배, 3 높이면 그에 더해서 방해하려고 하는 자에 대해 불리한 수정 -2가 붙고....]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러한 처리는 2D6 상방 롤만이 아니고, 어떤 시스템에서도 응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퍼센트 주사위방식(1d100을 굴려 목표치 이하면 성공)이라면 [목표치의 상한은 80이고, 목표치를 10 낮출 때마다 메리트가 한가지 불어난다]든지.


이처럼 하면 그저 게임마스터가 플레이어에게 [목표치는 7이야]라고 하는 방식보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재미있어집니다.


- 단순히 지시 받은 대로 주사위를 굴리는 것이 아니고, 목표치를 얼마로 할 것인가라는 의사결정이 요구된다. 의지결정이야 말로 게임의 본질이다.

- 스스로 목표치를 선택한다는 행위에 의해서, 그 주사위 굴림에 대한 집착(성공하고 싶다 는 마음)이 강해진다.


그러므로, 판정의 목표치를 정하거든 거기서 [목표를 높게 잡아서 메리트를 올리는 옵션을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하고 재빨리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 두십시오.

단, 전투나 마법 등 목표치의 결정방법이 룰로서 규정되어 있는 관점에 대해서는 이 방식을 쓰지 마십시오. 게임 밸런스를 치명적으로 무너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사위 룰 (3)

이번에는 판정 결과의 해석에 대해서

판정의 성패는 주사위 룰로 정해지지만, 성패 어느 쪽의 경우도 [PC의 신상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생겼는가]를 해석할 필요가 생깁니다.


기본적으로는 주사위 룰 전에 플레이어에게 [성공했을 경우, PC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 게 하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치는가]는 것을 설명하게 합니다. 이 설명에 기초해서 게임 마 스터가 난이도와 목표치를 결정합니다. 주사위 룰의 결과, 성공하면 플레이어가 선언한대로 되는 것이고 실패한다면 게임마스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실패하였는가]를 플레이어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익숙하지 못한 게임마스터는 주사위 룰의 결과에만 주목해서, 그 해석을 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판정에 실패했을 때에 [너는 실패했어]라고 한마디하고 마는식 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입니다. 단순히 [실패했다],[무엇 무엇을 할 수 없었다]고만 해서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고, [이 실패를 어떻게 해서 커버할 것인가]는 방향으로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실패했는가 상황을 설명하면 장면에 대한 감정이입이 촉진되고, 실패에 대해서도 납득이 갑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플레이어가 전화위복이랄 수 있는 절묘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지도 모릅니다.(게임이든 인생이든, 문제는 실패하는 것이 아니고 실패 한 것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압니다.)


그러기 위해서, 미리 [판정에 실패했을 때 쓰는 전형적인 해석]을 여러 가지 생각해서 메모 해 두실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주사위 롤에 실패한 순간에 이 메모를 보고서 재빨리 실패 상황을 설명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래에 몇 가지 예를 들어두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해의 RPG 셔플리먼트에서 뽑아낸 것입니다.


이 리스트를 기본으로 삼아서 자신이 생각해낸 [실패 상황]을 계속 추가하십시오.

또한 다른 판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리스트를 만들면 좋을 것입니다. 평소부터 이런 꾸준한 노력이야말로 게임마스터로써 숙련되는 비결인 것입니다.


[교섭]에 대한 실패상황 리스트

- 갑자기 배가 아파져서 화장실로 달려가 버렸다. 돌아와 보니 교섭상대의 태도가 굳어져 있었다...

- 재치기, 기침의 발작이 일어난다. 교섭상대는 어이없는 얼굴을 한다....

- 가벼운 화제라고 생각해서 꺼낸 이야기가 교섭상대의 마음의 상처를 건드려버린 모양이다. 교섭상대는 분노했다(울었다)...

- 바퀴벌레가 날아와서 교섭상대는 비명을 지르고 도망가버렸다. 교섭은 중단되었다....

- 술 취한, 혹은 사이가 나쁜 이웃이 나타나서 PC를 신용할 수 없는 놈이라느니, 거짓말쟁이라느니 하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 PC가 기대고 있던 가구가 쓰러져서, 꽃병이나 그림이 망가졌다. 교섭상대의 얼굴이 창백해진 것을 보니, 어째 대단히 비싼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 교섭상대의 이름을 잘못 불러 버렸다...(특히 상대가 이성일 경우)

- 외국어, 또는 잘 모르는 슬랭을 써보니, 어쩐지 상대를 모욕해버린 것 같다....


[감시]에 대한 실패상황 리스트

- 마침 그때, 전자적인 감시장치의 배터리가 떨어져버렸다...

- 마침 그때, 매력적인 이성이 근처를 지나가서 나도 모르게 그쪽을 보아 버렸다.

- 마침 그때, 발 밑에 다가온 비버에 놀라서 뛰어 나왔다...

- 마침 그때, 컨텍트 렌즈 혹은 안경을 떨어뜨렸다....

- 마침 그때, 움직인 쌍안경이 무언가에 부딪쳐 눈을 퍽 하고 찔렀다...


[은밀행동]에 대한 실패상황 리스트

- 숨어 있는 곳에 비버가 흥미를 갖고 기어왔다...

- 밧줄, 녹슨 와이어, 융단 등에 발이 얽혀서 큰 소리와 함께 쓰러져 버렸다...

- 캣 워크, 계단, 격자, 담벼락, 지붕, 마루바닥 등이 무너져, 큰 소리를 냄과 동시에 발이 끼어서 빠지지 않게 되었다....

- 잠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자가 빤히 보인다. 혹은 마침 맞은편 위치에 있던 거울에 모습이 비쳐 버렸다....

- 알레르기 발작이 일어나 재채기가 멎지 않게 되었다...

- 물구덩이 등을 잘못 밟아서 발이 젖어버려, 절벅 절벅하고 발소리가 난다...

- 숨을 수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 뛰어 들어갔더니, 이미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게임마스터의 재량

이번에는 [게임 마스터의 재량]이라는 테마로 글을 써 보겠습니다.


세션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게임 마스터의 재량]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RPG의 룰이라는 것은 사상(事象)의 현실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단히 불완전한 것이고, 세션 중에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를 룰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룰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혹은 룰로 해결하면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또는 세션의 진행을 심각하게 저해하는)상황에 처했을 경우에 게임마스터의 재량이 필요해 지는 것입니다.


게임 마스터의 재량에 대해서 우선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게임 마스터의 재량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면 [RPG에 있어서 게임마스터는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 게임 마스터는 신이며, 플레이어는 그 지시에 대해 전면적으로 복종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게임마스터의 재량에 제한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갓 공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게임마스터로서의 권력은 그것에 따르는 플레이어의 지지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게임마스터가 권력을 남용하면, 플레이어들은 두 번 다시 그 게임마스터와 함께 게임을 하지 않겠지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통치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절대권력이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게임마스터는 절대권력자가 아니며, 신은 더더욱 아닙니다.


도리어 그것은 민주주의에서의 대통령의 지위와 비슷합니다. 확실히 강대한 권력을 지니고 는 있지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피통치자의 지지가 필수적인 것입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게임마스터를 하고 싶다면, 플레이어의 태반이 지지해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권력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신이 아니고 대통령인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명심하세요.


이와 같이 생각하면, [게임마스터의 재량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라는 문제는, 즉 [플레이어들의 태반이 게임마스터의 재량에 의한 결정을 지지해주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지켜야 하는가]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플레이어에 따라 대답은 달라질테고, 같은 플레이어라도 상황에 따라서 답이 틀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언제나 고려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꼽아볼 수는 있습니다.


1. 공평함

특정한 플레이어의 편을 들거나, 반대로 차별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같은 상황에서라면 플레이어에 구애받지 않고 동일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평함을 잃고 있는 게임마스터는 의외로 많습니다. 잠시 반성해봅시다.


- 여성 플레이어와 남성 플레이어를 평등하게 대해고 있습니까?

당신이 남성이라고 치고, 자신도 모르게 여성 플레이어에게 약해지는 경향은 없는지요.

만일 그렇다면 맹렬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태도는 그 여성을 포함해서 플레이어 전원에 대해서 실례입니다.


- 베테랑과 초심자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습니까?

초심자 플레이어에게 친절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평함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베테랑 플레이어에게 판정을 요구했다면, 같은 상황에서 초심자 플레이어에게도 같은 판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 시끄러운 플레이어와 말 없는 플레이어를 평등하게 대하고 있습니까?

여러 가지로 판정에 불평을 하며, 유리한 수정을 요구하는 플레이어는 늘 있는 법입니다. 만일 그들의 내세우는 이유를 인정한다면, 같은 상황에서 다른 플레이어에게도 같은 수정을 주어야 합니다.


2. 일관성

어떤 상황에서 게임 마스터의 재량을 사용하여 처리했다면, 다음에 같은 상황이 닥쳐왔을 때도 같은 처리를 하십시오.

예를 들어 어떤 PC가 빌딩 2층에서 떨어졌을 때의 데미지를 게임 마스터의 재량에 따라 결정했다고 합시다. 같은 장에서 NPC가 떨어진다면 같은 만큼의 데미지를 주어야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것입니다.


게임 마스터의 재량에 따라 복수의 결정을 내릴 경우, 그들의 대소관계나 전후관계에 모순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이를테면 빌딩 2층에서 떨어졌을 때의 데미지보다 4층에서 떨어졌을 때의 데미지가 작아서는 안되겠지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게임 마스터의 재량]을 기록하는 전용의 노트를 준비할 일입니다.

내렸던 결정을 이 노트에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만약 어느 때에 [수면부족이면 모든 판정에 -2의 불리한 수정을 가한다]고 결정했다면 그것을 노트에 기록해 둡니다. 룰에서 규정되지 않은 아이템의 가격, 중량 등을 정하면 그것도 기록합니다.

이렇게 해 두면 이 노트는 당신만의 귀중한 [판례집]으로 쓸 수 있습니다. 다른 세션에서 같은 상황이 오게되면 이 판례집을 참고로 삼아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3. 적합성

게임 마스터의 재량은 가능한 한 룰 시스템의 방향성이나 배경 세계와 적합한 것이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배경세계가 시리어스한데 [너의 농담을 듣고 난 적은 정신점이 5점 내려갔다], [그럼 같은 개그를 연발할께요]어쩌고 하고 있다면 게임은 엉망이 될 겁니다.


룰 시스템이 화려한 액션을 재현하는 방향에 어울린다면 게임 마스터의 재량도 그 방향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반대로 현실적인 전투를 시뮬레이트하고자 하는 룰 시스템이라면 그것을 고려하십시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계단의 손잡이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양손에 잡은 권총을 동시에 연사 하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을 허가할 것인가의 여부, 또 허가한다고 치면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이것을 결정할 때는 게임시스템의 방향성에 따라서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4. 이유

룰에 규정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처리를 결정해야만 할 경우, 게임 마스터의 재량이 필요한 것은 명백하므로, 특히 게임마스터의 재량을 사용하는 그 자체에 대한 이유를 운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룰에서 규정되어 있는 것을 게임마스터의 재량으로 대체하고자 할 때는 게임 마스터는 확고한 이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확실한 이유없이 속편하게 룰을 깨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룰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정합성과 방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게임 벨런스가 확실히 잡힐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는(아마도 그렇게 디자인 되어 있을)것이기 때문에 그 것을 일부라도 바꾸면 전체의 정합성이나 벨런스가 무너질 우려가 높기 때문입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의지결정을 할 때에는 룰이 전제가 됩니다. 그런데 게임마스터가 멋대로 룰을 바꾸면, 플레이어의 의지결정이 헛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게임벨런스(=플레이어의 의지결정이 적절하게 보상 받는 것)을 파괴하게 됩니다.

게임 마스터가 룰을 존중하는 것이랄까, [게임마스터가 룰을 존중하면 플레이어가 신뢰하는 것]은 RPG가 게임이기 때문에 불가결한 일입니다. 게임 마스터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때 그때의 생각으로 룰을 바꾼다고 하면 플레이어는 무엇을 믿고 의지결정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게 되겠지요


더욱 나쁘게도 이와 같은 마스터링에 적응하게 되면 플레이어도 룰을 존중하지 않게 됩니다. 만일 참가자가 룰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그저 [소꿉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처럼 룰은 게임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기 떄문에, 그것을 바꿀 경우는 강력한 이유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유를 명확히 할뿐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그것을 설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룰을 게임 마스터의 재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플레이어에게 납득시킬만한 이유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겠습니다.


- 룰에 모순, 부족함, 부적합, 오식이 있어서 그것을 고칠 필요가 있다.

- 룰에 상정되어 있는 상황과 실제의 장면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룰을 그대로 적용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

-유명한 예입니다만, 악한이 인질에게 나이프를 들이대고서 PC들에게 무기를 버리라고 협박하는 장면을 생각해봅시다. 룰 상에서는 나이프의 데미지로 생각할 때 인질이 죽을 때까지 최저 5턴은 걸린다고 칩시다. 그러니까 PC들은 안심하고서 공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룰이 상정하고 있는 상황(백병전)과 실제의 상황이 크게 다르기 떄문에 룰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예입니다.


-룰을 그대로 적용하면 크게 게임밸런스가 무너질 것이 명백하여, 이때는 룰을 엄수하기 보다 게임 벨런스를 유지하는 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게임 마스터의 책임 하에 판단했다.

- 룰을 그대로 적용하면 세션의 진행이 심각하게 늦어지기(혹은 진행되지 않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룰을 적용을 포기한다.


이 외에 [룰을 그대로 사용하면 PC가 죽어버린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것을 남용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러한 구제조치만 하고 있으면 플레이어가 [어차피 정말로 죽지는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게 되어, 긴장감이 사라지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여차할 때에 구제수단으로는 게임 마스터의 재량이 아닌, NPC를 사용하십시오(제 2장 참조)


반복해서 말하는데, 게임 마스터는 신이 아닙니다. 권력을 행할 때는 왜 그렇게 하는가를 플레이어에게 설명하여, 지지를 얻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아름다운 스토리를 지키기 위해서],[바라는 전개로 만들기 위해], [그 편 이 멋있으니까]하는 이유로 게임의 룰을 개는 것에 납득하리라고는 결코 생각지 마십시오.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분리

이번부터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분리에 관련되는 화제에 대해 쓰겠습니다.


[RPG에서는 캐릭터와의 일체감을 갖는 것이 이상적이다]라고 발언하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비슷한 의견으로서 [RPG에서는 완전히 그 캐릭터 자신이 되어서 행동해야 한다]라는 것도 있습니다.

편의상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일체화 중시]파 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그러면, [일체화 중시]파의 생각은 옳은 것일까요?


우선 논의를 혼란케 하지 않기 위해 [감정이입]과[일체화/일체감]을 확실히 구별하여 두지요.

가끔 혼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서로 다른 것입니다.


[감정이입]이란 캐릭터에 대해 플레이어가 애착을 갖는 것입니다. 캐릭터와 플레이어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서 객관적으로 인식합니다. 캐릭터를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 [일체화/일체감]은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구별을 애매하게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자신의 분신인 것처럼,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인 것 처럼 주관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캐릭터의 내면에 파고 들어간 것입니다.


알기 쉬운 예로 말하자면, 자신의 캐릭터가 총에 맞았을 때에 [분하다]고 느끼는 것이 감정이입이고, [아프다]고 느끼는 것이 [일체화/일체감]입니다.


[일체화중시]파의 주장을 잘 들어보면 그저 [감정이입하지 않는 rpg는 재미없다]라고 말할 뿐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확실히, RPG뿐 아니라 일반적인 게임에 있어서 [감정이입]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배경설정이나 시뮬레이션의 요소를 첨부해 보거나, 카운터(말)에 전차 그림을 그려본다든지, 관리 자원을 나타내는 데에 [지폐]를 사용한다든지 말이죠. 이것들은 모두 플레이어의 감정이입(애착)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RPG가 게임 토큰으로서 [캐릭터(이야기의 등장인물)을 사용하는 목표의 하나가, 이 [감정이입]에 있는 것은 틀림 없겠지요.


그러니까 [RPG를 플레이할 때는 감정이입이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 그 자체는 옳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체화 중시]파가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이미 서술한바와 같이 감정 이입과 [일체화/일체감]은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이입이라는 점을 제외한, 순수한 [일체화/일체감]을 추구하는 자세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목표의 다층구조]라는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RPG의 특징을 기억해봅시다.


-RPG에 있어서 [목표]의 다층구조(제 2장 참조)

레벨 1의 목표: PC가 미션을 달성한다.

레벨 2의 목표: PC의 동기를 충족한다.

레벨 3의 목표: 플레이어의 동기를 충족한다.

레벨 4의 목표: 최종적으로 레벨 1에서 레벨 3까지를 전부 충족시킨다. 그것이 무리라면 레벨 1에서 3까지의 목표를 밸런스 있게 추구한다.


-레벨 4의 목표가 RPG에 있어서 진짜 목표가 된다. 일반적으로 레벨 1에서 3까지의 목표는 정합되지 않으므로(가끔 상반되므로), 레벨 4의 목표는 복잡하고 곤란한, 도전할 가치가 있는 목표가 된다.

레벨 1에서 3까지의 목표가 정합하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 점이 RPG를 내용 깊은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었지요.


극단적인 예로서 [파라노이아]를 생각해봅시다.

이 RPG에 있어서는 레벨 2의 목표와 레벨 3의 목표가 대립합니다. 캐릭터는 [어떻게든 자신만은 살아남고 싶다]고 마음속 깊이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플레이어는 [자신의 PC를 멍청하게 죽게 만드는 것(그래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캐릭터 끼리 대립하는 것이 아니고 캐릭터와 플레이어가 대립한다는 것이, 이 RPG의 묘미입니다.


[파라노이아]만큼 극단적이 아니더라도, 레벨 2의 목표와 레벨 3의 목표가 정합되지 않는 것이 매력인 RPG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를테면 [Call of Cthulhu]로 대표되는 호러 RPG를 생각해보세요. 캐릭터가 [조용하고 평 온무사한 생활]을 바라고 있는데, 플레이어는 [공포를 간접 체험하는 스릴]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양자의 목표는 모순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이 성립 되는 것입니다.

캐릭터가 도대체 무서운 것을 모르고 한없이 위험에 달려들어가도, 반대로 철저하게 위험을 피해만 다녀도 호러 RPG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죽거나 발광하지 않고도 공포체험과 계속 마주칠 수 있는가 신중함과 대담함의 밸런스를 잘 잡을 수 있는가, 이것이 호러 RPG에 있어서의 과제인 것입니다.


다른 RPG도 기본적으로는 같습니다. 레벨 1,2,3 각각의 목표가 완정하게는 정합하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RPG는 깊은 맛을 가진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RPG에 있어서 [목표의 다층구조]를 이해하면 [일체화 중시]파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지요.

왜냐하면 플레이어가 캐릭터와 일체화 하기 위해서는 레벨 2의 목표와 레벨 3의 목표가 적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목표와 캐릭터의 목표가 서로 엇갈리는 상태에서 캐릭터에 [일체화 하여] 의지 결정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미 보아 오신 바와 같 이, RPG에 있어서는 본질적으로 레벨 2의 목표와 레벨 3의 목표는 정합하지 않습니다.


결과로서, [일체화 중시]파는, 레벨 3의 목표를 포기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로써의 목표를 버리고, 캐릭터로써의 목표만을 위해 의지결정을 합니다. 그렇게 되면 확실히 [일체화/일체감 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알게 되신 바와 RPG와 플레이하는 것이 되지는 못합니다.


위에서 제시한 중대 문제 외에도 [일체화 중시]파의 주장에는 무리한 점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우선 [본질적으로 플레이어와는 이질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일체화/일체감은 고사하고 공감조차 곤란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RPG는 의외로 많은데, 이런 RPG는 [일체화/일체감]을 거부합니다.


[토그]에 등장하는 도마뱀 같은 종족, [트레블러]에 등장하는 불가사리와 같은 종족을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인류와는 완전히 이질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인간이고 보니, 룰북이나 셔플리먼트의 기술을 의지해 [이 종족이라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행동했을까]라고 추측해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체화/일체감]같은 것은 논외입니다.

사이버 펑크 RPG를 생각해보지요.


[테크놀로지는 육체만이 아니고, 인간성(휴머니티)도 변용시킨다]는 것이 사이버 펑크의 중요한 테마입니다. 그러니까, 사이버 펑크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용된)인간성은, 우리들의 이해나 공감을 거절하는 이질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들이 [일체화/일체감]을 추구할 수 있을 만한 캐릭터는 애초에 [펑크]가 아닌 것입니다.


[일체화 중시]파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공감 할 수 없을 만큼 이질적인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RPG는 모두 부정됩니다. 말도 안되지요! 자신과는 완전히 이질적인(이해도 공감도 불가능한) 캐릭터를, 표면적이건 뭐가 됐건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들 RPG의 강렬한 어필 포인트인 것입니다.


그에 더해서 이런 점을 지적해 둡시다.

[룰]은 플레이어 레벨의 개념입니다. 캐릭터는 [룰]을 모릅니다. 그러므로 캐릭터에 대한 [일체화/일체감]을 추구하면 극히 자연스럽게 룰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가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의지결정의 기반을 파괴하고,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어 RPG를 향상 하는 길을 막아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일체화 중시]파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일치화중시]같은 그릇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걸까 생각해봅시다. 아마도 그것은 다음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RPG밖에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 이라고 생각됩니다.


-캐릭터의 정신이나 가치관이 우리들과 비해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고, 쉽게 이해 혹은 공감 할 수 있다.

-캐릭터의 목표와 플레이어의 목표가 언제나 정합 된다.(RPG에 있어서 [목표의 다층구조]가 살려지지 못한다.)

-캐릭터의 언동을 결정할 때에 룰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다.


(룰의 방향성이 애매 혹은 희박)

RPG전체를 보면, 위의 조건을 채워주는 시스템은 특수 케이스에 속합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시스템은 RPG가 본래 갖고 있는 특징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치졸한 시스템이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곤란하게도 일본에서는 위의 조건을 만족하는 RPG가 보급되어 있기 대문에 많은 사람이 [RPG라는건 그런 것이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자신들이 경험한 몇 개의 국산 RPG만을 보고, 그것이 일반적이라고 믿는 거지요.


이것은 비참하리 만치 시야가 좁은 사람들만이 [일체화 중시]어쩌고 하는, 극히 일부의 특수한 시스템에서 밖에 적용되지 않는 주장을, 태연하게 RPG 일반론으로 말하는 것이죠. 부끄러워해야 할 일입니다.

적어도 이 강좌를 읽으시는 분은, 부디 [일체화 중시]를 RPG일반론으로써 주장하는 부끄러운 짓은 삼가주십시오.


어찌되었거나 마스터링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일체화/일체감의 추구]라는 유치한 생각을 버립시다. 그리고 스스로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수많은 다양한 RPG를 플레이하도록 신경을 쓰십시오. 특히 해외 RPG를 되도록 폭넓게 경험할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어떤 일이라도 그렇지만, 향상에 필요한 것은 올바른 방법론과 경험(연습)의 축적입니다.

어느 쪽이 빠져있어도 향상은 바랄 수 없습니다. 저의 [마스터링 강좌]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방법론 뿐입니다. 경험은, 물론 스스로 노력해서 획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번 연재는 여기에서 마치고, 다음시간에는 [TRPG] 바바 히데카즈의 마스터링 강좌 - 제3장 세션 핸들링(3) - 캐릭터와 플레이어의 분리(2)가 계속 이어집니다.


심심할땐 엘프리의 놀이터로 돌아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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